생각

왜 떠나는가?

hyunta 2025. 2. 1. 23:45

들어가며

처음 독일로 갈 수 있는 채용공고를 봤을 때 오랜만에 가슴이 뛰는듯한 설렘을 느꼈습니다. 한국에서의 삶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혀있었기에 섯부른 결정을 할 수는 없었지만 기회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뻤습니다. 여자친구에게 이 사실을 알렸을 때 오히려 저보다 당연하게 지원을 해보라고 해줘서 프로세스를 진행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독일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물론 최종 결과를 엄청 기다렸고 원하는대로 합격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하지만 마냥 기쁠 수 만은 없었습니다. 같이 해결해야하는 결혼, 이사, 언어 등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걱정거리들도 함께 따라왔기 때문입니다. 연고지 하나 없는 독일에서 잘 지낼 수 있을까? 여자친구는 언제 어떻게 같이 갈 것인지부터 머릿속이 엄청 복잡했습니다. 항상 정말 고맙게 생각하는 부분은 지원 결정부터 결과 발표이후까지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었고 본인도 같이가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같이 방법을 찾았습니다.

이 다짐을 기록하는 이유는 제가 방향을 잃었을 때 다시 살펴보기 위함입니다. 지금 왜 떠나는지에 대한 생각이 어느정도 정리가 되어있으면 다음 스텝에 대해서 고민할 때, 혹은 이 선택을 되돌리고 싶을 때 참고할 수 있으니까요.

왜 독일로 떠나는가?

큰 이유는 없습니다. 채용공고가 올라온 회사가 독일 회사였기 때문이 9할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질문을 조금 바꿔서 독일로 가는 것이 만족스러운가에 대한 답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현상황에서 독일 보다 더 나은 선택지는 거의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제가 어떤 나라에서든 일을 할 수 있었다 하더라도 독일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우선, 독일은 독일만의 교육체계를 갖고 있습니다. 대학교 학비가 무료인 것으로 유명하죠. 그래서 같이 가게 될 여자친구가 석사를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언젠간 한국 교육을 더 낫게 만드는 일을 하고 싶은데 독일의 교육 시스템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먼나라인 한국에서 바라봤을 때 독일은 비교적 이른 나이에 대학에 갈 사람과 가지 않을 사람을 나눠서 교육합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으로 봤을 때는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그 방법에도 따르는 부작용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독일에 살게 되면 그런 부분들을 교류해보고 싶습니다.

둘째로, 베를린 소재 회사라서 회사내에서는 대부분 영어로 소통하겠지만 생활방면에서 독일어를 접하게 될 상황이 많습니다. 저는 외국어 학습에 흥미가 있고 외국어를 본토에서 배우면서 현지인들과 소통하는 것을 즐깁니다. 순례길을 걸으면서 스페인어를 배워서 현지인들과 가벼운 소통(주문, 인사 정도 수준)을 하면서 재미있었고, 대학교에서도 독일어, 이탈리아어를 배웠었습니다. 학부생시절부터 독일어에 대한 동경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유명한 철학자들의 원서가 독일어인 경우가 많아서 독일어를 그 정도 수준까지 연마하고 싶다는 바람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언어를 습득하기 위해선 그 나라로 가는 것이 정말 효과적인 방법이기에 이 부분도 많이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미국으로 바로 가기에는 벽이 너무 높다고 느껴집니다. 현재 저의 가장 큰 바람은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에 입성하여 훌륭한 친구들과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의 교육을 개혁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당장 미국을 가기에는 취업비자를 받기도 어렵고, 영어로 실무를 하기에는 실력이 부족합니다. 이러한 점들이 독일에서는 비교적 수월하게 이뤄집니다. 현재 개발직군의 경우에는 독일내에서도 이민을 장려하고 있어서 비자도 쉽게 내줍니다. 그리고 이직하는 회사의 경우 모국어가 영어가 아닌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영어가 서툰 부분도 어느정도 이해를 받을 수 있는 환경입니다. 그래서 독일에 거주하는 기간동안 최대한 이러한 이점들을 끌어모아서 미국으로 넘어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저에게 선택지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독일은 저에게 매력적인 선택지임이 분명하고 인생에 중요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왜 떠나는가?

예전에 우연히 책을 읽다가 해외에 살아보는 경험을 인생에 꼭 해보라는 구절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짐 로저스 투자자가 쓴 ‘세상에서 가장 자극적인 나라’ 라는 책에서 한국은 너무 좁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라고 하더라구요. 그 말이 뭔가 머릿속에 박혀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어느정도 동의가 되었던 것 같아요 다른 나라에 살아본 경험이 없다면 한국이 살기 좋은지 직접 비교할 수는 없으니까요.

가장 먼저 꿈을 이루기 위해서 떠납니다. 더 나은 교육을 위해서 다른 나라를 경험해보고 싶습니다. 캐나다 1년 잠깐 살았던 것을 제외하고는 해외의 교육체계를 경험해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이번에 독일로 가게 되면서 간접적으로 많이 체험해보고 여러 나라 사람들을 만나면서 어떻게 교육이 이뤄지는지를 물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나라가 가진 교육 모델이 이상적이어서가 아니라 여러 비교군을 수집하고 싶어서 떠납니다. 그래야 한국에는 어떤 시도를 해볼 수 있을지 명확해지니까요.

궁극적으로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은 더 다양한 사람들을 수용하고 열린 모습입니다. 그러면서 본질적인 나의 모습을 유지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떠납니다. 내가 한국이라서 가졌던 모습들 특성들을 다른 환경으로 옮기며 조금 털어내어보려고 합니다. 아무래도 거주지가 가지고 있는 힘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한국에서 30년을 살았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이 존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민을 가게되면서 자연스럽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에 대해 인지하게 되는 경험을 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이는 제가 생각하는 궁극적인 사랑의 형태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여 제 인생에 있어서 식견을 넓히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막연하게 유럽에 살면 이런게 좋겠지 하던 것들을 경험해보려고 떠납니다. 여행을 너무 좋아했던 대학생 시절 여름마다 떠나기 위해서 과외, 장학금, 알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모아서 유럽 여행만 5번을 다녀왔습니다. 여행으로 떠난거라 사는 것은 다르겠지만 황홀했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만약 내가 유럽에 살면 여기저기 여행을 많이 다녔을텐데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펼쳤었는데 기회가 주어져서 설레는 마음이 매우 큽니다. 그런 환상과 동경의 마음을 가지고 떠납니다.

끝으로

뚜렷하게 떠나야 하는 이유를 말하라 하면 모호하지만 최대한 정리를 해봤습니다. 글로 정리가 되지 않는 부분들도 있지만 걱정이 되는 부분들 또한 많습니다. 근데 확실하게 생각이 드는 건 저의 인생에 있어서 정말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가서 힘든 시간들도 많겠지만 힘들 때마다 참고할 수 있도록 나름 초심을 정리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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