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얼마전에 친구들과 2025년 새해 카운트 다운을 하면서 질문을 했다.
2024년을 돌아봤을 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나는 명확하게 어떻게 답할지가 생각났다.
나에게 2024년은 쳇바퀴였다.
하루 일과가 항상 정해져있었다.
06:30 기상
08:00 출근
17:00 퇴근
18:30 크로스핏
20:00 부업
23:00 취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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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I
1. 3,4월 쯤 유연근무제, 재택근무의 축소로 출근시간이 7시에서 8시로 변경됐다.
2. 부업은 돈을 버는 일도 있었지만, 수업이나 과제를 하는 날들도 있었다.
정해진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2024년을 시작했고, 마무리 지었다.
나는 규칙적인 일상을 좋아한다.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은 싫어하지만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것은 좋아한다.
말장난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과 같은 일상을 보내는 것은 사뭇 다르다.
같은 일이란 동일한 행위의 반복 의미한다.
같은 일상이란 동일한 패턴의 반복을 의미한다.
매일 양치를 하는 것은 같은 일 반복하는 것이다.
매일 8시에 양치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은 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것이다.
정확한 워딩이 중요한 것은 아닌데 내가 의미한 편안한 일상은 후자를 말한다.
특정 시간이나 상황이 되었을 때 정해진 행동을 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나의 퇴근 길은 항상 크로스핏 박스를 들렀다가 집에 오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물론 약속이 있는 날은 못가는 경우도 있다.)
그런 나만의 루틴이 나의 하루를 편안하게 만들어주고 주어진 일상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을 때 나름 성취감도 있다.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느리지도 않은 나만의 페이스대로 인생을 차곡차곡 살아가는 것에서 나는 큰 만족을 느꼈다.
보통 연말결산, 회고 등 무언가를 되돌아볼 때는 먼저 결과물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2024년은 결과물에 대한 생각보다는 과정들을 꾸준히 지켜온 시간들이 먼저 떠오른다.
결과물은 그리 나쁘지도, 그리 좋지도 않은 그냥 내 속도에 맞는 만큼 가져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번 회고를 통해서 어느정도의 템플릿을 만들어서 앞으로 동일한 질문을 반복하는 형태로 가져가보려고 했는데,
이렇게 진심으로 회고를 시작해본 적이 처음이라 너무 품을 많이 들이면 내년에 회고하기 전부터 겁이 날 것 같다.
그래서 우선 가장 기본적인 연대순으로 어떤 일을 했는지 정리하는 정도로 시작해보려고 한다.
1분기 ( 2024년 1월 ~ 2024년 3월 )
회사
회사의 상황으로 봤을 때 올해 가장 황금기라고 볼 수 있다.
주 2회 재택, 유연근무제, Heyy 홍천, 회식 등 다양한 복지들이 살아있었고 조직을 꾸려가는 단계라 신규 입사자들이 많았다.
월,금 고정 재택만 있더라도 출퇴근에서 느끼는 피로감이 확 줄어들고, 주말에 더 잘 쉬고 놀 수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거의 없었다.
물론 모든게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는 회사에서 요구하는 개발사항과 회사에서 나아가려고 하는 장기적 목표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지금 당장 우리에게 돈을 벌어다 줄 수 있는 단기적인 프로젝트들을 많이 가져오다보니 우리 제품에 부가 기능이 덕지덕지 붙는 느낌이었다.
우리도 RubyOnRails에 그렇게 익숙치 않았기 때문에 기존 프로젝트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필요했고, 이를 Java, Spring으로 이관하는 작업까지 병행해서 해야하다보니 시간을 정말 잘 배분해서 사용했어야 했다.
크게 바라봤을 때는 신규 기능, 유지 보수, 비용 절감 3가지 섹터에서 요청이 들어왔는데 3명이서 동시에 3개의 섹터를 커버하려다보니 부담이 많이 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규로 합류해주신 분들과 팀워크도 잘 맞고 워낙 잘하시는 분들이라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 (좋은 팀분위기는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개인
개인적으로는 조금 무리를 해서 일을 많이 저질렀다.
먼저 2월달에 JPA 만들기 3기 수업이 오픈해서 수강신청을 했다. 대기자가 워낙 많았기 때문에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고, 회사에 같이 일하는 시니어분이랑 같이 들을 수 있는 기회여서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우테코 6기 Backend 리뷰어로 선정되어서 2월부터 6월까지 리뷰를 해줬어야 했다. 1년에 한번만 주어지는 기회이기 때문에 이 기회 또한 놓치고 싶지는 않았다.
다행히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회사가 7시까지 출근하면 4시에 퇴근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때의 루틴은 맨 위의 일정에서 1시간씩 댕겨졌다.
JPA 수업과 우테코 리뷰어를 병행하던 2,3월에는 거의 오전 5시에 기상해서 오후 11시까지 쉴 틈이 없었다. 주말에 최대한 JPA 과제를 해놓고 회사에서 점심시간마다 진우님과 리뷰반영하고 서로 리뷰해주면서 Hibernate에 대한 이해를 엄청 높일 수 있는 시즌이었다.
그리고 월금 재택까지 있었기 때문에 늦잠을 잘 수 있어서 버틸 수 있었다.
우테코 리뷰도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들어갔는데, 모든 크루들 마다 작성하는 스타일이 다르고 어디까지 리뷰를 해주는게 좋을지 기준이 없었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바뀐 미션도 있었기 때문에 피드백을 명확하게 주기 위해서 나도 직접 진행해봤다.
정말 바쁜 1분기 일정이었는데 이렇게 소화할 수 있었던 건 에너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에너지는 재택하는 월금시간에 많이 충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2분기 (2024년 4월 ~ 2024년 6월)
회사
회사에서 모임활동을 가장 많이한 분기였다. 1분기때 사람들이 합류하면서 서로 알고 친해지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 활동을 여럿했다.
나는 일을 더 재미있게 하기 위해서는 회사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팀 분위기도 나랑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과 어울리고 있어서 회사 외적인 이야기도 자주하고 점심 식사도 최대한 같이 하려고 한다. 이렇게 쌓아놓은 신뢰는 일을 할 때 중요한 자산이 된다, 회의를 할 때 주니어들은 의견을 내기 쉽고 시니어들은 그에 대한 리스크나 피드백을 조금 더 편하게 줄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는 것 같다. 우리 팀뿐만 아니라 다른 R&D 부서들과도 캠프파이어, 볼링, 클라이밍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서로 이야기도 많이하고 친해질 수 있었다. 이때도 단발적인 프로젝트들이 많이 들어와서 각각이 매우 바빴는데 나는 비용절감을 위한 프로젝트를 여럿 진행했다. CI 툴 비용을 줄이는 작업, 메세지 발송 비용을 줄이는 작업을 주로 도맡아서 진행했었다. 혼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라 부담이 많이 됐었는데 시니어분들이 리뷰도 많이 해주시고 같이 책임져주려고 하시는 말들이 아주 든든했다. 우리 팀이 맡았던 프로젝트는 전부 기간내에 원하는 만큼 혹은 그 이상을 수행해내서 다른 부서에서도 인정을 많이 해주게된 시기인 것 같다.
개인
우테코 리뷰가 생각보다 너무 벅찼다. 분명 적지않은 보수를 받으면서 하는 일인데 좀 괴로웠었다. 2월에 너무 무리를 해서 달린 여파였는지 이때는 정말 힘들었다. 언제 올지 모르는 슬랙 알림에 쉬는날도 항상 긴장을 늦출 수 없었기 때문에 쉼을 좀 멀리하고 지냈다. 리뷰어 활동을 마칠 무렵에 리뷰어들과 만나서 회고를 했었는데 다들 비슷한 상태로 리뷰어 활동을 지속하시는 것 같았다. 그래도 너무 값진 경험이었고 내가 도울 수 있는 기회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보수까지 받을 수 있었어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전혀 후회되지는 않는다.
부업으로 하는 활동이 하나로 줄어들어서 시간이 조금 생겼다. 살면서 처음으로 건강검진도 받아봤는데 크로스핏을 꾸준히해서 지방이 많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역시 다이어트는 운동이 아니라 식단이 더 중요하다고, 이때부터 아마 본격적으로 다이어트를 해서 3분기까지 10키로를 뺐다. 그렇게 중요한건 아닌데 페퍼톤스 20주년이어서 여름 콘서트를 다녀왔다.
폭풍전야라고 하던가, 격동의 다음 분기를 맡기전에 보냈던 딱 여름같은 2분기를 보냈다.
3분기 (2024년 7월 ~ 2024년 9월)
회사
갑작스러운 일들이 많이 벌어지는 7월이었다. 갑자기 CEO 님이 퇴사를 하시고 비상경영체제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면서 누리고 있던 복지들이 전부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 중에 가장 치명적이었던 것은 재택의 폐지였다. 나 뿐만 아니라 수도권에 거주하면서 출퇴근하는 팀원들이 대부분이다. 편도로 한시간반정도 걸리는 거리를 주 5회 반복해야하니 엄청 부담이었고, 지금까지도 체력적으로 조금 낭비스럽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이 시기에 자취를 하려고 많이 고민을 했었던 것 같다. 실제로 청년임대주택이 당첨되어 문정으로 옮기려고 했었는데 판교로 이전한다는 소문이 돌아서 포기했었다. 7월을 마지막으로 각종 복지들이 사라졌기 때문에 마지막 날을 활용하여 R&D 사람들끼리 홍천으로 MT를 갔었다. 마지막으로 실 단위 단합활동이 있었던 것 같고 그 이후로는 겨울이 찾아왔다. 이때 본격적으로 메세지 대행사를 전환하는 작업에 착수하면서 시간의 대부분을 비용 절감하는데 사용했다. 그 결과 비용을 큰 폭으로 줄일 수 있었다 대략 50% 정도.
개인
우테코 리뷰가 끝나고 몇달은 조금 쉬어가려고 했었다. 그래서 7월달에 오랜만에 휴가를 썼었다. 입사하고 난 뒤로 여행을 간 적이 없어서 연차도 많이 쌓여있었고 리프레시할겸 해외 여행을 다녀왔다. 현무랑 여름 삿포로를 즐기러 갔었는데 정말 매우 힘들었다. 날씨도 무더운데 후라노라는 시골 마을에는 교통편이 열악해서 기차, 버스를 타기 위해 최소 1시간 이상씩은 기다려야 했다. 역시 이런 경우는버스투어가 최고다... 그래서 휴가를 보내고 왔지만 오히려 고생을 더 하고온 탓에 컨디션이 좋지 못했다.
그런데 2년만에 스프링 만들기 강의가 오픈한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많이 고민했었다. JPA와 마찬가지로 진우님이 수강하신다고 확고하게 하셔서 이때 같이 들어야지 하고 수강을 했었다. 들으면서 좀 후회를 많이 했던 수업이었다. 강의와는 무관하게 내 상태가 온전하지 못하다보니 과제를 너무 대충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스프링도 좀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치열한 고민을 통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냥 미션을 클리어 하기 위한 과제 제출을 맹목적으로 진행했다. 스프링 만들기가 끝나면 무조건 쉬어야지 생각했었는데 갑자기 DeliveryHero 공고가 뜨게되었다. 내 기억으로 8월 말쯤에 공고가 올라온 것 같았다. 그 순간 멈춰있던 심장이 다시 뛰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오래 전부터 해외에 나가서 사는 것이 내 인생에 전반적으로 큰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해왔다. 해외가 더 좋아서라기 보다는 다양한 문화권을 접할수록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무너지는 경험을 쉽게할 수 있다. 이런 경험들은 나를 구성하는데 불필요했던 것들을 한번씩 씻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이후로 서구권 국가에 나갈 기회가 없어서 정말 오랜만이기도 했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매우 설렜다.
물론 영어로 자기소개서, 인터뷰를 준비해야했기 때문에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었지만 이런 기회가 존재한다는 것 만으로도 기뻤다. 지원할지말지 정말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다경이가 지원해보라고 툭 밀어준 덕분에 쉽게 지원할 수 있었다. (사실 지원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었다가 되돌릴 수 있었다.)
회사는 점점 상황이 안좋아지고, 나의 컨디션도 떨어지고 있었다. 그러는 중에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친구를 만나 리프레시하는 듯한 3분기였다.
4분기 (2024년 10월 ~ 2024년 12월)
회사
큰 실망을 하게 되었다. 올해 초부터 나는 회사의 철학과 현재 우리가 하고 있는 일들의 방향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 제품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책임을 누군가에게 지려고 하는 듯한 상황이 보여졌다. 급하게 제품을 개선해야했고 이번 년도에 해왔던 것처럼 시간을 갈아넣어서 만들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이 연출됐다. 제품은 마감기한에 맞춰서 만들어낼 수 있었지만 다양한 부가기능들을 포기해야헸었고 정말 이게 우리 회사가 나아가려고 하는 방향이 맞는지? 왜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결정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그래도 팀 분위기는 좋았기 때문에 제품은 빠르게 개발할 수 있었다. 아쉬웠던 것은 클라이언트 측 인력이 모자라서 야근을 많이 하셔야 했다. 결과적으로 제품은 성공적으로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연초에 진행했었던 다른 프로젝트와 비슷하게 성과가 그렇게 좋지 못했던 것 같다. 사용하는 매장의 수가 너무 적어서 닭 잡는데 소잡는 칼을 사용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나는 내가 만든 제품의 서비스가 재사용이 될 수 있는 회사의 자산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다. 기존에 많이 사용하고 있는 웨이팅 기능을 고도화해서 기존에 계약된 매장과 앞으로 계약할 매장 모두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프로젝트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항상 회사는 이윤을 내야하는 숙명을 갖고 있기 때문에 돈을 떼어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 모순적이게도 돈만 벌기위해서 일을 진행하다보면 효율이 잘 나지 않는다. 나는 이 또한 결국 사람들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결국에 회사 상황은 그렇게 좋지 못해졌고 결국 희망퇴직을 받게 되었다. 요즘 이직 기회가 많고, 현재 회사에서 충분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해서 나가고 싶었으나 반려되었다.
개인
지원했었던 DeliveryHero 준비를 하느라 근무 외 시간에는 거의 영어 공부와 알고리즘 공부에 시간을 전부 사용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연초에 들었던 JPA 수업 리뷰어를 해보겠다는 제의를 받아서 부업도 하게 되었다.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되었고 기쁨과 동시에 걱정이 찾아왔다. 오랫동안 살아온 한국을 떠나서 새로운 곳에 정착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부담과 해야할 일들 투성인데, 결혼 준비까지 함께 시작을 하려니 막막함이 배가 됐다. 다니고 있던 회사에 희망퇴직이 됐더라면 조금 더 수월하게 일을 진행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순조롭게 진행되지는 못했다. 그래도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 같아서 나의 30대의 나날들이 기대가 되는 것 같다.
1년의 마무리를 지으면서, 행복하면서 걱정스러운 새로운 도전을 개막하는 마지막 4분기를 보냈다.
2024년도를 되돌아보며
시간을 가득가득 채워서 살다보니 분명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들도 있다.
- 책을 한 권도 완독하지 못했다.
- 여유로운 여행을 다녀오지 못했다.
내년에는 독일 생활에 적응하느라 어떤 목표를 세우기 보다는 무사히 적응하고 결혼 준비하는 것 자체가 도전일 것 같다.
그런데 책은 꼭 한권 이상은 완독하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항상 무슨 일이든지 시간이 모자라서 못하는 것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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