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어

독일어의 첫 인상

hyunta 2025. 2. 16. 20:35

들어가며

독일어 공부를 시작한지 거의 3달이 되어갑니다.

12월 초에 듀오링고를 시작으로 79일째 이어가고 있고 가장 높은 리그인 다이아몬드에서 final 단계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듀오링고로 캐주얼하게 표현을 넓히고 있고, 훔볼트 독일어 학원에서 문법 수업을 들으면서 정리하고 있습니다.

영어를 학습할 때 이미 문법에 대한 부정적인 경험을 한 적이 있어서 처음에 많이 망설였습니다.

독일어 문법 수업을 통해서 독일어뿐만 아니라 독일 사람들이 어떻게 언어를 구성해서 사용하는지 독일 문화에 대해서 엿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독일어 학습이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대학교를 다닐 때 언어에 대한 흥미가 있어서 교양 수업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 시간들이 쌓여서인지 아니면 이번에는 조금 더 절실해서 인지 이해도가 이전보다는 깊어졌음을 느껴졌습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머릿속에 한글, 영어로 이루어진 세계에 독일어가 더해지면서 사고의 경계선이 확장됨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배운 독일어의 특성과 제가 현재 가지고 있는 인상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고작 2개월 밖에 배우지 않은 입문자의 생각이니 잘못된 내용이 있다면 편하게 지적 바랍니다.

 

성과 격

 

명사에 성별이 있습니다. 한글과 가장 큰 차이점이자, 독일어를 처음보면 난해한 개념입니다.

명사에 성별도 존재하고 뿐만 아니라 격(?)에 따라서 명사의 생김새가 달라집니다.

그러다보니 정관사가 무려 16개((남성 여성 중성 복수) x (1격 2격 3격 4격) = 16 개)가 있습니다.

영어에서 the 하나로 사용되지만 독일어는 성별에 따라서 그리고 격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은 남성, 여성, 중성 그리고 복수가 있습니다.

der Mann (남자), die Frau(여자) 처럼 쉽게 유추할 수 있는 단어들도 있는가 하면

der Stuhl(의자), die Tasche(컵) 처럼 왜 의자가 남성이고, 컵이 여성인지 유추하기 어려운 단어들도 있습니다.

어느 정도의 규칙을 갖고 있지만 항상 규칙대로 흘러가지는 않기 때문에 암기도 필요합니다.

 

은 문장에서 명사나 대명사의 문법적 기능을 나타내는 형태적 표지입니다. 독일어에는 4가지 주요 격이 있습니다:

1. 주격(Nominativ): 문장의 주어를 나타냅니다. (~는)

2. 소유격(Genitiv): 소유나 귀속을 나타냅니다. (~의)

3. 여격(Dativ): 간접목적어나 '~에게'의 의미를 나타냅니다. (~에게)

4. 목적격(Akkusativ): 직접목적어를 나타냅니다. (~를)

격에 따라서 정관사가 변하게 됩니다.

1격: Der Student liest ein Buch. (그 학생이 책을 읽는다.)
2격: Das ist das Buch des Studenten. (이것은 그 학생의 책이다.)
3격: Ich gebe dem Studenten das Buch. (나는 그 학생에게 책을 준다.)
4격: Ich sehe den Studenten. (나는 그 학생을 본다.)

 

처음에는 이런 개념들이 왜 필요한지? 불규칙하게 명사에 성별이 왜 있어야 하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어느정도 성별을 유추해내는 방법을 알게되고나서 문법을 배우니 구조적인 장점도 있음을 알았습니다.

영어와 다르게 독일어는 명사가 단수에서 복수로 변할 때 매우 까다롭습니다.

영어는 보통 -s를 붙이면 복수가 되지만 독일어는 9가지의 조건을 따라서 형태가 바뀔 수 있습니다.

그럴 때 단어의 성을 이용해서 유추할 수 있습니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어느정도 문장에 힌트를 주는 요소 중에 하나가 있으니 파악하는 데 그렇게 방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저도 여전히 왜 성별이 꼭 있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영어처럼 복수면 s를 붙이면 안될까 싶은데 여러 조건들에 맞는 규칙들을 만들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인가 싶기도 합니다.

 

접두사와 복합명사

저는 이 부분을 배우면서 독일어에 대한 흥미가 엄청 높아졌습니다.

영어를 접해보신 분이라면 접두사로 단어를 어느정도 유추할 수 있을텐데요.

rewind, return, repeat 이런 단어를 보면 re- 로 시작하는 단어들은 대부분 다시, 또 하는 개념을 가지게 됩니다.

독일어에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개념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ab-: 떨어짐, 제거 (예: abfahren - 출발하다)
an-: 시작, 접근 (예: ankommen - 도착하다)
auf-: 위로, 열기 (예: aufstehen - 일어나다)
aus-: 바깥으로, 완료 (예: ausschalten - 끄다)
ein-: 안으로 (예: einschlafen - 잠들다)
mit-: 함께 (예: mitmachen - 참여하다)

ver-: 다양한 의미 변화 (예: verbrauchen - 소비하다)
be-: 자동사를 타동사로 만듦 (예: besuchen - 방문하다)
er-: 창조적 과정 (예: erreichen - 도착하다)
ent-: 제거 과정 (예: entfernen - 제거하다)
zer-: 파괴 행동 (예: zerstören - 파괴하다)

 

이 중에서 ver-, be-, er- 는 단어를 추상적으로 변화시켜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stehen 이라는 동사는 일어서다 영어의 stand와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ver- 를 만나서 verstehen이 되면 추상적으로 머릿속에서 일어서다, 개념이 세워진다, 즉 이해하다 라는 뜻으로 변합니다.

저는 이러한 개념들이 조금 재밌더라구요. 그러다보니 제가 모르는 단어를 보더라도 어느정도 유추할 수 있게 됩니다.

언어를 배운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그 나라 사람의 머릿속에서 구성된 사고를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단어를 지나치게 한글과 1대1 대응하려고 하면 한계가 생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erleben, erfahren 이라는 동사는 둘다 경험하다라는 의미를 가집니다.

하지만 leben은 영어의 live 처럼 살다의 의미를 가지고, fahren은 영어의 drive, travel 처럼 어느 곳으로 향하는 느낌의 동사입니다.

그래서 erfahren은 직접 경험하는 체험, 실무 경험 이런 느낌의 경험이고 erleben은 보다 추상적인 정말 삶을 통해 느끼는 무언가의 경험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한글로는 둘다 경험하다 이기 때문에 1대1 대응되지는 않습니다.

접두사의 개념과 동사의 느낌을 통해 단어를 유추할 수 있고 반대로 저 또한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독일에 가서 독일 사람들의 사고하는 방식들을 직접 경험하게 된다면 더 수월하게 유추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더불어서 독일어는 쉽게 단어를 합성할 수 있습니다.

Lebens (삶의) + Mittel (수단) = Lebensmittel (식료품)
Kranken (병든) + Haus (집) = Krankenhaus (병원)
Feuer (불) + Wehr (방어) = Feuerwehr (소방서)
Zeit (시간) + Schrift (글) = Zeitschrift (잡지)

 

그러다 보니 뜻을 유추하는 것도 약간 한자를 해석하는 것처럼 해석해볼 수 있습니다.

단어가 엄청 길어지는 단점도 있기는 하지만 제가 모르는 글을 읽을 때 대략적인 힌트를 받을 수 있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어느정도 읽을 수 있습니다. 은근 주로 사용하는 단어를 위주로 사용하는 것 같더라구요.

 

닫으며

아직 얼마 배우지는 않았지만 제가 느낀 독일어의 주된 특성을 한번 정리해봤습니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도 많지만 반대로 독일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에게 한글은 어떨까 생각해봤을 때 한글도 꽤나 어려운 언어라고 생각됩니다. 독일어는 지나치게 명사에 대해서 규정하려고 한다면 한글은 지나치게 눈치로 알아들어야 하는 영역을 남겨두는 느낌이라서요.

언어라는 것이 천편일률적으로 항상 규칙적으로 구성되고 암기 없이 만들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어에서는 정해놓은 규칙안에서 최대한 움직이려고 하고 일관된 선택을 하려는 것이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여러 언어를 학습하면서 제가 사고하던 틀들이 확장되는 느낌을 받고 있어서 개인적으로 요즘 사고의 확장이 잘 일어나고 있음을 느낍니다. 독일어 처럼 동사를 구성할 수 있으면 내 생각을 비교적 더 수월하게 타인에게 전달할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도 드는 것 같습니다.

이제 가기까지 일주일정도 남았는데 가서도 꾸준히 학습해서 독일인들의 문화를 익히고 그들의 사고 방식을 통해 시야가 넓어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