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베를린에 온지 한달이 넘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Schoneberg라는 동네는 지도를 보지 않고도 대부분 찾아갈 수 있도록 익숙해졌습니다.
이제는 우리 동네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잘 스며들어가고 있습니다.
하루 루틴은 한국에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출퇴근,운동,저녁,코드리뷰를 반복하는 평일을 보내고 주말에는 같이 온 친구들을 만나거나 주변을 둘러보는 정도로 시간을 보냅니다.
오늘은 한달동안 독일어와 관련해서 제가 주로 했던 생각들을 한번 정리해놓으려고 합니다.
나중에 더 오래 살게 됐을 때 지금 가졌던 생각들이 틀렸을 수도 있고, 그때 다시 비교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서 생각나는 포인트를 위주로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독일어를 배워야 하나요?
베를린에 오기 전부터 독일어를 하지 않아도 사는데 문제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워낙 외국인 비중이 많은 도시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어로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보통 공적인 업무들을 처리할 때 공무원들중에는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때 걸림돌이 된다고도 들었지만 다행히 저는 영어를 할 수 있는 직원을 만났습니다.
예전부터 독일어를 배워보고 싶었는데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는 없을 것 같아서 한편으로 아쉬운 마음도 있었습니다.
한달이 지난 지금 처음 왔을 때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독일어를 안해도 되지만 문맹으로 도시를 살아가는 것이 유쾌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돌아다닐 때 간판을 보고, 광고 문구들을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독일어를 읽지 못함면 돌아다니면서 도시에서 누리지 못하는 것이 많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몇개의 앱들은 독일어만 지원하는 앱들도 있습니다. 장보러 갈때 보통 마트마다 앱이 있는데 할인 쿠폰을 어떻게 사용해야하는지, 적립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매번 구글 번역기에 의존하기에는 피곤합니다. 그래서 이 도시를 진정으로 즐기려면 독일어를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독일어 학습 이력은 꽤 있습니다. 대학교 때 초급, 중급, 회화로 대략 9학점 정도 수강을 했었고 Duolingo도 아주 조금 했었습니다. 너무 먼 옛날이라 이번에 새로 공부할 때 거의 도움이 되지는 않긴했습니다. 그리고 오기전에 훔볼트 어학원에서 문법 2개월과 Duolingo를 꾸준히 했습니다. 거의 매일 1시간씩은 투자해서 듀오링고는 지금 128일째 진행중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와서 한마디도 못했습니다. 알아듣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겠더라구요. Hallo, Tschuss, Danke 처럼 정말 간단한 말들만 들리고 독일어로 말을 시작하면 소통이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저는 언어를 배울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친구를 만들어서 얼토당토 않는 언어로 계속 끄적이는 연습을 하는 것이 가장 빨리 배우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순례길에서도 스페인어를 이렇게 배웠었고 30일동안 식당에서 주문하고, 가벼운 자기소개하는 수준까지는 했었으니 독일어도 이렇게 배우고 싶었습니다.
독일인 친구 만들기
그런데, 독일 친구를 사귀는 것이 정말 힘들더라구요.
회사 동료들한테 독일인 친구가 있냐고 물어봤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독일친구는 못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베를린이 워낙 사람들이 짧게 지내고 떠나는 경우가 많아서 정을 줬다가 사라지는 그런 경우 때문에 친구 만들기가 어렵다고 하더라구요.
처음 제가 생각했던 것은 크로스핏장을 일부러 독일어로 하는 곳으로 가서 독일어를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저희 집앞에 CrossfitMins가 독일어로 수업을 해서 첫날 바로 등록했습니다. 적어도 독일어 듣기라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친구를 만드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습니다. 제가 독일어를 할 수 없으니 수업 끝나고 이야기를 하는데 영어로만 소통을 하게 되니까 한계가 있더라구요. 제가 그렇게 친화력이 좋은 것도 아니어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토요일날 Team WOD를 하는 날에 참석하게 되면 어찌됐든 최소 친구 한명은 생깁니다. 같이 운동하고 통성명하고 고생을 같이하니까 확실히 빨리 친해질 수 있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최대한 토요일 오전에 하는 팀 운동은 참석해서 친구들을 많이 늘려가려고 합니다.
그리고 오늘 우연히 찐베를린 친구를 만나게 됐습니다, 정말 우연히 만나게 되었습니다.
달리기를 마치고 집에 저녁을 포장하러 스시집에 갔는데 장소가 매우 비좁았습니다. 그래서 구석에 서있었는데 앞에 자리에 앉으려고 하는 두 친구가 저보고 왜 서있냐고 같이 앉으라고 자리를 내어줬습니다.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다가 포장했던 음식이 나와서 가려고 하다가 혹시 같이 먹어도 되냐고 물어보니까 흔쾌히 같이 먹자고 해서 이야기를 더 오래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만나게 된 친구는 Schöneberg 에서 태어나서 쭉 자라온 베를리너였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이런저런 고민들과 궁금했던 점들을 이야기하면서 서로 친해졌습니다. 알고보니 스시집에서 일하는 종업원도 이미 엄청 친한 친구더라구요. 언어와 관련해서도 뭔가 언어교환을 할 만한 친구들을 찾아주겠다고 해서 너무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신기했습니다, 자주 가던 식당에 외국인이 서있을 때 자리를 내어주고 저녁 식사를 같이할 수 있을까? 저에게 물어봤을 때 거의 그러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그 친구도 비슷한 맥락으로 예전에 베를린은 조금 더 동네 사람들끼리 친하고 그런 분위기였는데 요즘에는 그러지 않아서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 5월1일에 쉬는날인데 집에서 파티를 한다고 저를 초대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스시집에 일하는 친구도 온다고 하고, 동네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너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너무 기분 좋게 파티에 참석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독일어로 말하기를 조금 시도해봤는데, 제가 회화를 하기에는 단어도 잘 모르고, 따로 연습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내일부터 Preply를 하게 되었는데 한달동안 열심히해서 파티에 갔을 때는 독일어로 소통도 좀 하고 동네 친구들을 많이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맺으며
독일에 온지 한달이 되어서 어느정도 관계가 형성되어가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과 더 친해질 수 있을지? 아니면 또 새로운 만남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우선 네트워크를 잘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환영을 받을 때마다 한국에서의 저의 모습을 돌이켜보게 되는데 너무 폐쇄적이었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조금 더 사람들을 받아주고,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인삿말 한번 건낼 수 있는 용기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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